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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 감정의 나열

하늘색이 아팠다.

RomanticPanic 2018.02.22 00:08

하늘색이 아팠다.

그녀가 가지고 다니던 하늘색 가방, 그녀가 귀에 걸고 다니던 하늘색 큐빅, 그녀의 하늘색 손가락.
그녀는 하늘색을 사랑했다. 비록 그녀가 하늘색을 너무나 사랑해, 하늘색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흐릿한 하늘색을 띈 물건을 보면 이내 이야기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그것에 시선을 뺏겼다. 그래서 어떤 날은 그녀가 하늘색에 어떤 마법이 걸려있지 않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계속 훔치는 마법. 그래서 나는 하늘색을 질투하기도 했었다. 하늘색 아이스크림, 하늘색 지갑, 하늘색 폴더... 그래서 나는 하늘색에 빠져버린 그녀에게 바치는 선물조차 그 색깔에서 벗어나고자, 무던한 많은 노력들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늘색이 조금씩 그녀를 빼앗아가는 것만 같았고 나는 그런 하늘색이 조금 싫어지기도 했었다.
괜스래 그녀에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왜 하늘색을 좋아하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그저 아무말 없이 빙그래 웃기만 할뿐이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서 사람이 딱히 좋아하는데에 이유가 필요할까를 생각하기도 했었고 그런 하늘색을 어찌보면 집착으로까지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묘한 신뢰감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생각해보면 하늘색은 그녀의 색이었다. 그녀를 표현해주는 색. 그녀와 헤어지고도 그녀를 강하게 떠올릴수 있는 색 하늘색. 그녀는 아마도 하늘색에 자신을 부여하고 저주하듯 혹은 축복하듯 그 색깔을 입은게 아니었을까? 그녀가 떠나고 나니 하늘색이 매우 아팠다. 하늘색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그 하늘색을 볼때마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녀는 그렇게 저주를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늘을 볼 여유가 없어지면, 그녀의 하늘색이 가끔은 어떤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늘색에서 멀어지고자 세상을 빠르게 돌렸고, 나는 하늘을 볼 여유조차 사라진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하늘색 아이스크림을 나도 모르게 고르고, 옆에 앉은 너와 손을 잡으며 문득 생각이 났다. 너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어떤 색일까. 잠시 눈을 감자마자 떠오른 한없이 따듯한 붉은 색.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이제는 무언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없이 맞춰가려고 했던 사랑과 서서히 나도 모르는 새에 물들어가는 사랑. 나에게 지금의 하늘색은 여느 해질녘의 그 따듯한 붉은 색이 아닐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물들어간, 붉은색에, 그녀의 색상에. 나는 따스함을 느꼈다. 마치 해질녘에 바라보는 그 따듯한 세상같달까. 하지만 이 따스함에, 이 색깔에 가끔씩 겁이 나기도 했다.
지금하고 있는 이 사랑이 하늘과 같다면, 나는 어둠에 떨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해야하는 것일까.

왠지 모르게,

하늘색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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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Panic 2018.01.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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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RomanticPanic 2018.01.11 20:01

 

 

그녀가 말했다. 남친이 있다는 것을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면, 주변사람들의 접근이나, 그녀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사실 말하지 않는 거라고.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알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러겠다고 했다. 그래... 나도 이제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 순간, 우리의 찐했던 1년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그 순간들이 그렇게 무너지고야 말았다.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
물론 내가 그녀의 곁에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버렸을 때, 그것이 그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너는 충분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굳이 나를 기다리며 늙어가지 말라고. 너의 청춘을 낭비하지 말라고. 물론 이 배려는 나의 이런 말에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 전까지였다. 그녀는 아니라고, 전혀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를 보며 울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나는 지금 그녀의 ‘지금 만나는 사람 없는 척하기’ 통보는 마치 지금이 춘추전국시대라는 것을 여러 강호들에게 알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왕이 있지만, 폐위가 가능한 왕. 그리고 기회를 노리고 여러 군데서 거병한 강호의 영웅들.
이거야 말로 정말로 웃긴 생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로 딱 좋은 비유였다고도 생각했다.
왕은 내가 될 수도 그녀가 될 수도 있었다. 아니, 그녀의 그 말을 들을 때는 아마 내가 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그냥 친구라고 했을 때에는.
하지만 내 생각엔 그녀가 그것을 그렇게 나에게 통보를 함으로써, 그리고 내가 그것에 동의를 함으로써, 우리는 서로가 왕이며, 명목으로서의 연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유비였다. 아니, 유비만큼 쌔지도, 주변 사람들도 없었으니, 그냥 한실을 위해 혼란한 틈에 거병한 다른 장수랄까. 왜냐하면 나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여친이 있다는 것을 다른 여성들의 접근 사이사이에 은근슬쩍 껴 넣어 남모르게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을 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모두들 나를 팔불출이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나는 그것이 마냥 좋았었다. 지금도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통보에 이것의 끝은 파국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명목상 한실을 위해 들고 일어선 위선적인 장수가 되어버렸다.
태초부터 나의 발은 모두 묶여있었고, 이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지만, 그녀를 보며 사랑을 아직도 느꼈을 때. 나는 춘추전국시대에 제일 약한 무장이 되어 전쟁터에 있었다. 어찌해도 최종적인 나의 행복은 없어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저 한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좋지만, 그 끝은 결국엔 파국이었다.
이 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나의 잘못이었던 것일까. 아니라면 그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바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하면 그녀와 나의 실질적인 거리상의 문제가 발생했기 떄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항상 곁에서 보좌하던 내가, 다른 지역으로 유배를 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에게서 나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른다. 그녀에게서 단 한 번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의 끄트머리조차 들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청사진 따위는 어찌되었든 좋다. 우리가 언제 미래를 약속하고 만난 것도 아니기에,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이나 먼 곳에서, 당장 내일의 이야기조차 들을 수 없는 그저 한낱 하루살이같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듣고 말한다면, 나에겐 그저 당장 내일이라도, 아니면 정말로 오늘부터라도 너와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에 대한 불안감과 그 말을 하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머릿속에 뚜렷하게 보여 오늘도, 달려가 그녀를 잡아보지만, 그저 그곳엔 한낱 폐위당한 왕처럼 그저 세상엔 관심없다는 눈빛만이 그 자리에 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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