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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은 항상 만원이다.
제일 앞에서 빵을 유심히 바라보는 아이, 그 뒤에는 이미 자신은 살 것을 골랐다는 듯 천원을 꼭 쥐고는 아줌마의 눈에 띄길 바라며 손을 드는 아이. 그리고 그 옆에는 음료는 피크닉으로 해야 피자빵과 어울릴까 아니면 돈을 조금 더 보테서 초코우유를 살까 고민하는 아이. 그런 수 많은 아이들 속에서 줄이 어딘지 잘 모르지만 일단 낑겨서 앞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는 아이들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게, 언제나 찾아오는 2교시의 공복감은 아이들로 하여금 식탐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그래서일까, 매점에서 무언가를 쟁취하고 나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 10분이라는 한정된 쉬는 시간 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뚫고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고 나오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배가 고팠다. 보통의 공복감이 5였다면, 그날은, 심지어 그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공복감이 9까지 치솟은 날이었다.
“진선아, 뚫을 수 있겠어?”
나의 이쁜 도야지. 진선이. 우리는 서로를 보며 매점 앞에서 멍청하게 웃었다.

 

 

교실 안에는 민달팽이들이 드디어 집을 찾은 듯, 모두가 담요 속에 몸을 반쯤 감추고 엎드려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진선이는 가소롭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아마도 얘네들은 이렇게 내년 봄까지 굳어버리겠지. 아아, 가을은 그야말로 변태적이로구나!”
나는 그런 진선이의 허리를, 아니 배를 잡으며 말했다.
“크흠, 낭자. 참으로 감촉이 좋소”
“어맛, 도련님. 참으로 변태적이시구만요.”
“야, 완전 아조씨들같거든 너희?”
민주가 엎드려서 고개만 돌린체로 태클을 걸어왔다.
“그럼 아조씨랑 비밀친구할래?”
“아조씨가 쪼꼬우유 사줄께”
진선이와 나의 말에 민주는 헤벌쭉 웃으며, 우리가 사온 초코우유를 받았다.
“우왕, 비밀친구 조으다.”

 


“그래서 뭐, 그 진짜 아조씨랑은 뭐, 진전 있어?”
민주의 말에 순간 나는 주변을 훑었다.
“쉿”
“쉿은 무슨, 그리고 얘가 달려들어서 뭘하게. 야, 그거 범죄 아니냐.”
“범죄는 무슨 얘가 뭐 돈 받고 만나냐”
“쉿”
나는 다시 한 번 민주와 진선이에게 주의를 줬지만 이년들은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긴.. 그런데 그러면 뭐해. 그 아조씨도 마음이 있어야 하는거 아냐? 또 혼자 끙끙 앓다가 쑈하고 그르냐?”
“진짜 그르냐? 그리고 그만큼 쑈했으면 그 아조씨도 모르는건 아닐텐데, 모르면 진짜, 아니, 알아도 그게 뭐냐. 우리 귀요미 불쌍해서 오.똑.해...”
나는 민주의 얼굴을 바라보며, 단 한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주륵.”

 


계속 되는 수업시간동안, 자꾸만 민주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진짜 모를까. 진짜 아저씨는 내 마음을 모를까. 아니면 긴가민가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이쁜...은 아니지만 그냥 동생같은 알바생이라고 생각을 할까. 아니, 결혼을 일찍 했으면 이만한 딸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자꾸만 아저씨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근데 알면 뭐해, 알면 더 큰일 아냐?’
순간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마음을 알리고는 싶은데, 알리고 싶지도 않다. 이게 무슨 바보같은 소리지? 하지만 정말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저씨는 나를 어떻게 볼까. 아저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바보 같다. 나는 정말로 바보같다.
가끔씩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계속 아저씨를 카페에서 보고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고, 또 다음날이 되고. 나는 언제나 고등학생으로, 아저씨는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그런데 또 고등학생으로만 남아있기는, 칠판을 보자니 싫다. 하지만, 아저씨와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
계속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수업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상상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저 아저씨와의 평화로운 한때만을 생각나게 한다.


“뭘 그리 실실 쪼개고 앉아있냐?”
어느새 민주가 앞에 앉아 나를 처다보고 있었다.
“응?”
“수업 다 끝났어. 이년아.”
“어? 종소리 못 들었는데?”
“5교시부터 고장났었거든? 그나저나 우리 오늘 너네카페 가도 돼?”
“응?”
어느새 다가온 진선이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늘 너네 까아-페에 가서 시간 때리다가 학원갈려구”
“구랭”
나는 멍청하게 웃었다.

 


가을의 카페는 뭐랄까, 더 커피 같다. 노란색과 빨간색, 그리고 갈색깔의 낙엽들이 떨어지는 세상에서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슬며시 퍼지는 빵내음과 커피 향은 순식간에 들이치는 차가운 가을바람으로부터로 도망칠 수 있는 조그마한 피난처 같다. 그리고 그 피난처에서 느끼는 따듯함과 가을색깔은 정말로 쓸쓸한 가을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난로만 같았다.
“근데 아조씨는 안 와?”
민주의 말에 잠시 휘청였지만, 나는 꿋꿋이 라떼 마키아토를 민주 앞에 내려놓았다.
“시럽 뿌려줄까?”
“시럽”
“아조씨 왔네, 여기.”
진선이의 말에 나는 또다시 바보같이 웃었다.
“구르게”

 


그날 민주의 말처럼 아저씨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만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졌다.
                                                                                  
1. 문자를 보낸다.
2. 보내지 않는다.
                                                                                  

 

 

진행현황

이야기의 시작 -> 3.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1. 공부를 한다. -> 1. 매점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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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지는 따듯한 물이 온몸을 돌며 구석구석 온기를 전해줬다. 그런 따듯한 물방울을 견딜 수 없었던지, 지독하리만큼 추웠던 동장군이 항복을 고했고, 방금 전까지만해도 동장군 때문에 무감각했던 구역들이 저마다의 따스한 자유를 외쳤다. 그 자유들의 외침으로 가득찬 따스한 안개 세상속에서 풀려버린 근육들이, 그들의 행복을 소녀의 입가에 전해줬다.
오늘 같은 날들이 계속된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기쁨이 올라온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고는 ‘아냐, 그건 사치같아’하며, 라벤더에게 묻는다. ‘그치?’ 하지만, 거품사이로 올라오는 작은 욕심은, ‘내일은 더,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그 현실감없는 행복에, 이내 거품을 다 털어내고는 물기를 닦는다.
행복했다. 행복한 하루였다. 하지만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추위에 이내, 현실을 깨달았다.
어느덧 입술에는 힘이 들어갔고, 방으로 들어가 시간표를 뒤적거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시간표. 그 시간표에는 그저 딱딱함만이 존재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직 추위에 당하지 않은 근육이 이야기한 걸까? 아직도 풀려있는 작은 기분에, 혼잣말이 나왔다.
“빨리 자야겠다.”
갑자기 나왔던 혼잣말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불 속에는 따듯한 라벤더향이 피어 올랐지만, 그저 소녀가 만든 따듯한 공간이었지만, 소녀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떨었다.

어둠 사이로 작은 불빛이 보였다. 소녀는 핸드폰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를 했다. 알람도 없이, 조용히 움직이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조심스러웠다. 소녀는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제는 악마가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로 조용히 물을 틀어 씻고는 방에 다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교복으로 갈아입고는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다. 아직은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소녀는 달리고 또 달렸다. 한시라도 빨리, 그 집에서 묻었던 음침한 공포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아, 하아.”
얼마나 뛰었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쯤이면 그 두려움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다 씻겨 날라갈 법도 한데, 소녀는 차마 뒤를 돌아보기를 겁냈다.
‘이럴 때, 그가 눈앞에 있었으면…….’
뻣뻣한 목으로 주변을 겨우 쳐다본다.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다.
 
 

 


                                          

1.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본다.

2. 계속 가던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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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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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들어간 소녀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바라보다가 무릎에서 피어나는 빨간 꽃이 마음에 걸렸다.
‘치마에 묻으면 어떻게 하지?’
종아리를 타고 흐르는 그 가느다란 줄기에 소녀는 일층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직은 아무도 학교에 도착하지 않은 모양인지, 소녀가 바라보는 곳마다, 깊은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소녀는 가는 길마다, 전등 스위치를 누르며, 그 길을 밝게 비추었다.
“후…….”
다리를 의식한 탓일까, 조금씩 화장실을 향해 갈때마다, 쓰라림은 더해갔다. 그리고 화장실에 도착한 순간,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한 것 같았던 소녀의 다리와 손이 약간 마비가 된 것처럼 감각이 매우 둔해져 있었다. 소녀는 조심스래 화장실 불을 키고 개수대에 어정쩡하게 다리를 올려 물로 붉은 꽃 주변을 닦았다.
“으으……”
쓰라리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오늘은 아무일 없이 잘 학교에 도착했구나..’
소녀는 무릎에 차가운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손에 있던 모래도 닦아 낸다. 이쯤이면 될까? 그제서야 소녀는 개수대 앞에 놓인 거울을 보았다.
웃는 사람.
저 멀리 반사되어 보이는 거울에 웃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순간 소녀의 목 뒤에 닭살이 돋았다. 8번째 칸에 언뜻언뜻 보이는 실루엣, 하지만 그 실루엣의 얼굴을 확연히 보인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소녀는 재빨리 화장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뛰었다. 아니, 뛰려했다. 하지만 소녀는 넘어지고 말았다. 아프다. 너무나도 아프다. 마찰력이 없어진 젖은 실내화가 소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소녀는 빠르게 일어섰다. 손바닥이 너무나도 쓰라리다. 하지만 소녀는 그 어느때보다도 빠르게 일어섰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운동장을 향해 달려갔다.
소녀는 정말로 빨랐다. 소녀는 정말로 무서웠다.
뛰고 있는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차가운 바람에 눈이 시린 탓일까, 슬리퍼를 신고 미친 듯이 달려나온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천천히 등교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소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멈춰, 눈물을 닦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후……”
어디선가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소녀의 흥분된 몸을 가라앉혔다. 소녀는 조용히 벤치에 가서 앉아, 자신의 무릎을 바라보았다.
“멍 들겠네……”
소녀는 밝아진 하늘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1. 양호실에 간다.
2. 교실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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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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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뒤통수에 어떤 시선이 꽂히는 것만 같다. 뒤를 돌아 봐서는 안될 것 같은데도, 자꾸만 깨름찍한 호기심이 소녀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소녀는 스스로 뺨을 쳤다. 그 무언가가 있더라고 하더라도, 아마 소녀의 존재감을 눈치 채진 못했을 것이다. 모두 다 똑같은 옷들을 입고 한곳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을 테니까. 그래도 혹시나 그 무언가가 소녀의 존재감을 눈치 챘더라도 그 무언가에 확신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 직접 정면에서 보진 못했을 테니까…….
소녀는 빠르게 그림자를 밀며 걸어갔다. 소녀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어둠으로부터 소녀는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가 지나간 가로등 불빛이 순간적으로 깜박였다. 순간 깜짝 놀란 소녀는 그대로 조용히 멈춰서, 아직은 있어야할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신뢰가 가지 않는 하늘의 색. 소녀는 다시 조용히 길을 걸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소녀는 신중하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그리고는 주변의 풍경에 귀를 기울였다. 길에는 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고, 조용한 나무들 사이로는 새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지저귀고 있었다.
소녀는 크게 한숨을 내 뱉고는, 길을 걸었다. 신중한 발걸음이 조금씩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조용하던 발자국 소리가 다양한 색깔로. 소녀는 다시 걸었다. 이제는 발밑의 그림자로부터도 원래 친한 사이였는 양, 다정하게 손뼉을 마주치기도 했다.
멀리서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의 발걸음에서 더 이상 두려움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딸깍
그 순간, 소녀의 머리위에 있던 가로등 불빛이 꺼졌다. 그와 동시에 소녀는 달렸다. 소녀의 눈동자는 매우 커졌고, 소녀는 학교를 향해 미친듯이 달렸다. 하지만 갑자기 달려서였을까, 아니면 추운 아침 공기에 다리가 얼어서였을까, 소녀는 얼마 뛰지 못하고는 넘어졌다. 차가운 바닥에 부딪친 여린 소녀의 몸에는 빨간 상처가 났고, 소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이른 아침, 10분차이로도 등교하는 학생수의 밀도가 확연히 차이나는 등굣길. 이른 소녀의 등굣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녀는 그 상태로 잠시 누워있다가. 다시 일어섰다. 다친 손바닥, 무릎이 아프긴 했지만 훨씬 더 편안한 모양새였다.




                                                          


1. 화장실에 들어가 상처 부위를 씻는다. 

2. 교실에 들어가 가방부터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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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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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꼬맹이지 뭐.”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에, 꼬맹이는 잔뜩 열이 올랐다.
“우와, 우와, 우와!!!!”
“그나저나, 아직도 0교시 하니? 예전에 뉴스보니까 없어진다고 하던데..”
“몰라요, 그건 어느나라 이야기인지. 하여튼 아저씨, 너무 저를 어리게 보시는거 아니에요? 하아- 어제 괜히 이야기했어... 어제 이야기 때문에 그런거죠? 그쵸?”
굳이 어제 추억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저 풋풋한 꼬맹이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크흡. 그렇다.”
“그렇긴, 뭐가 그래요! 아, 괜히 이야기했어. 난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정신적 교감을 느끼..”
“학교 안가니?”
“여튼! 나이를 빼고 이야기하자니까요!”
“8시다.”
“그럼 저는 30년뒤에 아저씨처럼 느낄 추억을 쌓으러 가겠습니다.”
“잠깐, 그렇게 늙지는……”
사라졌다. 역시 젊음이 부럽다.

 


딸랑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방울소리가 카페를 울렸다. 저녁때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 때문일까, 어제의 소리와 오늘의 소리가 귀에서는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저씨!”
어느새 다가온 소녀가 테이블 위로 고개만 삐쭉 내밀고 있었다.
“30년까지는 아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소녀를 반겼다.
“저도 꼬맹이는 아닙니다.”
소녀도 같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런데, 오늘도 오셨네요? 아, 오늘도 오셨다는게 그 뭐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 그 있잖아요! 이런 비오는 날 이틀연속 출석하기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그 말이……”
말을 할수록 빨갛게 달아오르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풋풋해서 좋았다.
“맞아, 이제 일도 없고. 백수나 다름없지.”
“아뇨, 그게 아니라요. 잠깐만요. 아저씨 짤렸어요?”
소녀의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아니”
“엑?”

                                                          
1. “집에 있어도 딱히 할 게 없어서 나왔어.”
2. “그냥, 커피나 한잔 할까 해서.”
3. “정확하게는 계약기간이 끝난거지.”
4. “내가 그만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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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분 좋은 하루였을 뿐인데, 그것을 체 음미하기도 전에 하루는 지나가버린다. 기분 좋게 씻고 앉은 침대위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오늘의 행복한기분이 차가움 속에 녹아 아련아련하게 마음속을 따듯하게 만든다. 그저 하루의 행복한 시간을 잠시 가졌을 뿐인데, 오늘의 24시간 중에 고작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나도 하루가 기분 좋아지고 오늘 하루를 하루답게 산 느낌이다.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오늘의 행복함이 자고일어나면 끝날 것 같아 왠지 잠자리에 들기가 싫다. 오늘 같은 날은 뭐라도 하고 싶다. 어떤 음악에 취해 가을밤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그림에 취해 그 그림을 천천히 뜯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따듯해지는 글과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간의 소설은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자, 새로운 음식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후의 후식 같은 거랄까, 소설책을 하나 집어 그 안에 푹 빠져 여러 달콤함을 맛본다. 기분 좋은 바람 속에 레몬의 상큼함도, 오렌지의 풍부한 향도 느껴진다. 떫을 것만 같던 자몽은 너무나도 달달하고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딸기의 상큼함은 저 멀리 달처럼 생긴 복숭아의 과즙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새 복숭아 통에 빠져 그 달콤함에 온몸을 적시고는 소설책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너무나도 달콤한 향이 배어있는 몸 구석구석이 마음의 따듯함을 이어나간다.
따스함이 온몸을 돌고 도는 것만 같다. 항상 삶이 이랬으면, 수많은 시간 중 단 몇 분이라도 좋으니, 매일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오늘의 그를 느끼며, 교과서를 핀다. 하루의 달콤함을 살살 녹여 책에 살짝 찍어본다. 길게 늘어지는 달콤함을 한입 물고는 지루한 교과서에 색을 넣는다. 문제지에도 색을 넣고, 왠지 모르게 지문을 꼼꼼히 곱씹으며, 평소와 다르게 그 문제에, 그 이야기에, 그 《보기》에 미소를 짓는다.
점점 색이 입혀지고 달콤함과 서로 살아 움직이는 지문들은 서로가 맞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일 신빙성 없는 녀석에게 딱지를 놓고는 다른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응, 응. 맞아, 맞아. 하지만 어디선가 주장에 힘이 없는 녀석은 정체가 탄로 나고 한명씩, 한명씩 의자에 앉아 꿍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어느덧 시간을 보니 2시 반. 너무나도 늦었다. 이불 속에 폭하고 들어가 가을바람 사이로 따스함을 느꼈다.


언제나 학교를 가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무거운 몸과 떠지지 않는 눈, 잠시 딴 생각이라도 했다 치면, 10분씩 지나가 있는 이상한 타임워프의 세계. 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시간의 마술 속에 빨려들어가, 아슬아슬한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준비한다. 하, 이제 등교도 시간도 9시로 바뀐다는데, 아직 우리 학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어느덧 찾아온 인간이 가장 배고픔을 느끼는 오전 쉬는 시간.



                             

1. 매점을 간다.
2. 매점을 가지 않는다.
                             


진행현황

이야기의 시작 -> 3.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1.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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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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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아, 그럼 오빠도 서른 다섯인가요?”
“아니요, 그러기엔 제가 너무 늙었어요.”
“히히, 그럼 스물 다섯하죠!”
그녀의 붙임성은 정말로 좋았다. 같이 진료실에 들어간 순간에도, 연락처를 서로 교환한 순간에도, 마치 그녀는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편한 친구사이처럼 나를 대해주었다. 물론 해어지기 전, 정중한 사과 전까지 그녀는 사고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으며,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의사는 몸에 이상은 딱히 없지만, 갑자기 사고를 당한 다음날이나 며칠 사이에 긴장이 풀려 몸 어딘가가 아파올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로써는 큰 이상이 없지만, 통증이 찾아오면 꼭 방문해서 정밀검사를 다시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 말은 들은 그녀는 무조건 검사라는 검사는 다 받는 게 좋다면서, 다음날 정밀 검진을 예약하자고 했지만, 오늘 찍은 X-ray로도 충분하다고 느낀 건지, 나는 그저 웃으며 아프면, 내가 아프면 그때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꼭 쥐고는
‘앞으로 3년 동안은 아프면 다 내 책임이니까, 아프면 꼭 연락해요.’
라며 비장한 각오를 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재미있었다. 솔직히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이 들뜬 마음을 사고 때문인가 하고 잠재우려고 했지만, 아니었다. 그저 노랗고 통통 튀는 그녀가 편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가늘어진 빗줄기를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을 맞이했다. 친구 녀석들의 추억과, 눅눅한 공기사이로 울리는 가슴 뜨거운 무언가가 어둠 속 불빛들에 녹아있었다. 뭐랄까, 이런 날은 사람을 낭만적으로 만들어 놓는 기묘한 마력 흐르는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음악은 더욱더 심금을 자극하고, 촉촉한 밤의 공기는 내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내 보잘 것 없는 몸뚱이라는 이내, 향을 피운 것처럼 내 주변을 감쌌다. 정말로 노란색의 밝은 물결이 내 주변을 조금씩 맴도는 것 같기도 했다.
핸드폰을 잠시 들어 본 그녀의 번호가 나의 입가를 조금씩 땡겼다.
그 순간, 조그마한 울음소리와 함께 문자가 날라왔다.



 

 



문자를 받고 나니 가슴이 따듯해졌다.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행복함. 그 행복감은 무미건조한 나날들 속에서 잠시 내린 봄비 같았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하나 더 만났다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삶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갖는 경계심이란, 삶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하기도 했다. 언제나 업무, 직급, 나이, 경력, 능력... 그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 내는 경계와 그 불명확하면서도 명확한 차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기도 했었다.

나는 지쳐있었다. 물론 옛날에는 그 벽을 넘어 가려는 노력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 벽 넘어에 있는 사람이 나와도 같은 생각으로 벽을 넘어왔는지, 혹은 정말로 벽은 넘어 있는 것인지 그저 겉으로만 벽을 넘은 척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넘은 그 자가 따듯한 사람이었는지. 그런 것들을 감내하며, 조금씩 용기를 내며 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겪으며, 이게 과연 올바른 인간관계의 모습인가에 대해서 많은 회의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끝끝내 누군가를 경계하고, 끝끝내 누군가에게 상처만 입는 그런 인간관계. 그렇게 만들어진 스스로의 지침 속에서 다시 업무적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이란, 원래의 직장인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에 대해서 자문하기도 했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과 사의 구분이란 사실상, 겉으로 포장된 좋은 합리화의 예가 아닐 수 없었다. 서로의 평등함을 이야기하는 것. 업무와 사적인 관계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람마다 다른 공과 사의 경계.
그래서 내가 지금에서야, 편한 사람으로써 그들에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사 같은 공을 연기하며, 스스로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 아무도 들여놓지 않은 체로. 그래서 항상 웃으며 일을 했지만, 언제나 나는 자연스래 스스로를 숨겼다.
그런 도중, 그녀를 만났다. 아무런 연고없이, 그저 마음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 오래간만에 찾아온 누군가와의 편함이, 그저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주었다.





행복하게 잠에 젖어들어서인가, 아침은 너무나도 개운했다.
거리에는 물에 젖은 낙엽들이 어지러이 녹아있었다. 차를 찾으러 카페까지 가는 길은, 길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과 붉은 단풍잎들만큼 많은 수의 학생들이 등굣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잘 자라고 있구나. 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 사이로 나의 젊음을 떠올리기엔 무리가 없었다.
“아저씨!”
그 사이로 익숙하고도, 귀여운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어제 차 두고 갔죠!”
카페의 아가씨였다.
“응, 이제 학교가니?”
“네!”
늦은 저녁까지 일해서 지칠만도 한데, 이 아가씨는 언제나 힘이 넘친다.
“학교가서 재밌게 지내고, 조심히 다녀, 덜렁대지 말고.”
“에이, 아저씨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줄 아나봐~”


                                                     

 

1. 아직도 꼬맹이지 뭐.
2. 늙어서도 항상 조심해야 돼.

                                                     

이야기의 시작-> 2. -> 1.  -> 2.  -> 3. -> 1. "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하하."

                                                     

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릴레이 소설의 일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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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부터 선택지를 선택하여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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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주변을 둘러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을까,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하는 걸까. 오늘은 어떻게 만나야 하는 걸까.
그저 하루를 멍하니 일을 하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가게 주변을 둘러본다. 어쩌다 테이블을 치우다가 울리는 방울소리는, 그저 가슴을 뜨겁게만 만든다. 그일까. 이내 들려온 다른 색깔에 그저, 안도의 한숨인지 모를 한숨을 조그맣게 내쉰다. 처음 그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날이 언제었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멈춰서 생각을 한다. 그가 오늘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첫 이삿말을 어떤걸로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조용히 다가가 오늘은 그에게 어떤 이야기 건네볼까. 혹은 어떤 타이밍에 그에게 이야기를 해야할까. 그런것들이 나의 머릿속을 즐겁게도, 괴롭히게도 했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여러 색깔이 들려온다.
민트색, 주황색, 검은색, 노란색, 흰색.
여러 색깔들이 춤을 추며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어떤 것을 주문하시겠어요?”
서성거리고 있는 색깔들 사이로 빠르게 들어가 그들에게 물었다.
“음...”
색깔들이 실눈을 뜨고 높은 곳에 위치한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그중에서 하늘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일 맛있는게 뭐에요?”
“이런 날엔 갓 구워진 빵에 스프죠”
차가운 가을비에 젖은 그들의 어깨를 보며 나는 싱긋 웃었다.
“그런 메뉴도 있어요?”
“오늘 같은 날을 위한 특별 메뉴에요.”
색깔들은 빙그래 웃으며, 따듯해지는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그중에서 흰색은 갓 구워진 메론빵에 따듯한 우유를 주문했는데, 너무나도 메론 향이 너무나도 침을 고이게 만들어, 앉아있던 카페 손님들까지 메론빵을 하나씩 주문하러 카운터 앞에 줄을 섰다.
“향이 너무나도 좋네요.”
어느새 들어온 그의 색깔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 오셨네요.”
“네, 그런데 이 달달한 향은 뭐죠?”
나는 빙그레 웃었다.
“메론빵이요.”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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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
그가 미소를 띄우며 나를 쳐다보았다.
"메론빵이요.”
“메론빵?”
그가 이상한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늘 그냥, 날이 춥고 그래서, 주방장 아저씨한테 말했거든요. 오늘 다들 코가 빨개져서 올지도 모르니까, 카페에 따듯한 음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런데 아저씨가 그럼 어떤 것이 좋겠니 해서 스프, 갓구운 빵이랑……, 음…… 생각하다가 있죠.”
“메론빵 이야기를 했구나?”
그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의 빈 접시를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너무나 달달하고 맛있어서, 그만 단번에 먹어버렸잖아. 이제 음미를 해야겠다. 이거 너무 맛있는데 하고 접시를 보니 없는거야. 약간 쫀득하면서 맛있더라, 갓 구워서 그런지 부스러기도 없고. 하하, 그게 너의 생각이었구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따듯했다. 그는 아마 단번에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혼자서 웃고 있었겠지. ‘이 정신을 또렷하게 만드는 추위를 네가 나른나른하게 풀어주었구나.’하고는.
“그래도 주방장 아저씨 실력이 아니면 어림도 없었을꺼에요. 그냥 제가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메론빵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정말 똑같이 아니, 더 맛있게 만들어주시던 걸요?”
너무 그의 칭찬이 기뻐, 기쁨을 다른 것으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얼굴에 저절로 생긴 미소를 지울 수 없었으니까.

시험을 아무리 잘봐도,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생기지 않던 미소였다. 내가 한 것을 남이 알아주는 기쁨이랄까. 그것도 제일 듣고 싶었던 사람에게 들으니 얼굴 근육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을까. 그는 웃으며, 그러니까 메론빵 더 있니, 라며 웃으며 내 옷깃을 흔들며 이야기 했지만, 역시나 나의 미소는 멈출줄 몰랐다.
“네? 넵, 한번 보고 올게요. 흐흐”
“음…, 나이들수록 몸 관리가 필요한데…….”
그의 혼잣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얼른 주방으로 뛰처들어가 스프를 휘젓고 있는 주방장아저씨에게 힘찬 미소를 보여주었다.
“쉐프, 쉐프! 오늘 대박인거 알죠?”
순간 등장한 나의 모습에 주방장아저씨는 아빠 미소를 짓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 귀염둥이 아가씨 덕분이지.”
“헤, 뭐가요. 이게 아저씨 빵 실력이 좋아서 그런거라니까요. 아, 쉐프. 메론빵 더 있어요?”
“짜식. 메론빵 마지막 하나다.”
“오케바리! 쉐프, 오늘 메론빵 고마워요.”
나는 아저씨에게 싱글벙글 웃으며 메론빵을 갖다주었다. 그런데, 아저씨도 내가 주방에서 했던 말을 들을 것일까, 그렇게나 내 목소리가 컸었을까?
“이 메론빵, 내 생각에 정식 메뉴로 올려도 될거 같아. 커피랑 같이 먹으니까. 딱 좋구. 인기도 오늘 좋았잖아?”
그의 말에 순간 세상을 다가진 기분을 느꼈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행복을 느끼는 이상한 여자로 보이긴 싫었다. 그래서 엄청난 표정관리를 했지만, 역시나 새어나오는 미소는 막을 수 없었다.
“그쵸? 그쵸?”
“응. 그리고 주변을 보니까, 은근히 빵이랑 스프먹는 사람도 많네. 정말 좋은 생각을 한거 같아.”
그에게도 나의 미소가 비쳤을까, 마치 웃는 아기를 보고 웃는 행복한 웃음을 나에게 지어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또 지나갔다. 그날 스프까지도 모두 떨어져, 주방장아저씨에게 졸업하면 같이 동업해야겠다라는 칭찬까지 듣고 지나간 하루였다. 비록 힘든 월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어두운 밤이 되면 끝나는 알바지만, 공부에 답답해진 머리와 가슴을 맑게 만들어 더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충전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 돌아올때면, 이런 충전의 하루 속에서 끝내지 못한 숙제들이 책상위로 쌓여있다. 복습과 예습.


                             

1. 공부를 한다.

2. 잠을 청한다.
                               

이야기의 시작-> 3.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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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리고는 축축한 옷아래로 느껴지는 몸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더듬고 있었다. 약간 해진 소매, 하지만 언제나 잘 다려져 있는 나의 양복의 빳빳한 선이 손가락 사이로 느껴졌다. 약간 물에 젖은 바지는 찝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추운날 따듯한 자동차 시트의 열기를 느끼니, 몸이 편하게 풀어졌다.
“저기요. 좀만 기다리세요. 거의 다 와가요. 죄송해요.”
아까와는 다르게 침착해진 목소리였다. 아니, 그녀의 분위기가 침착해졌다고 해야 하는 게 더욱더 맞는 모습이었다.
“큼, 저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차가 신호대기에 걸리자, 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이 나를 반듯하게 처다보며 물었다.
“아, 김우석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나래에요. 물을 때, 제 이름부터 말했어야 되는데.. 에고, 또 실수했네요.”
“아, 아니에요. 하하..”
그녀의 순진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 그런데……. 혹시 제 이름 듣자마자, 노란색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아요?”
“예? 아, 예. 노란색 이미지네요.”
갑자기 쌩뚱맞게 튀어나온 질문에, 나는 순간 벙찌며, 그녀의 질문을 반복했다.
“저는 그게 좋아요. 행복한 노란 이미지. 그래서 저는 제 이름을 생각할때마다, 봄이 오는 것 같아서 좋더라구요.”
“아……, 그런거 같네요..”
나래라는 이름이 노란색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은 걸까. 아니면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일까. 갑작스럽지만, 조금은 쾌활한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나래라는 단어가 노란빛으로 물들여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나래를 노란색보단 초록색으로 보는 쪽에 더 가까웠지만.
“아, 그냥 그렇다구요. 사실 이름 이야기 할 때, 버릇이 되어 버렸어요. 좀 낮간지러운 이야기죠. 흐흐”
“아니요, 재밌네요.”

병원입구까지 가는 내내 그녀는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나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근래 개봉한 영화 이야기나, 요즘은 다들 치킨이야기만 해서 포장마차를 갈 사람이 없다느니, 하는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매우 재밌는 것처럼 그녀의 말 하나하나에 그녀의 디테일과 액션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우석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혹시 제가 실례를 저지른건 아니죠?”
그녀가 대기열에 있는 나의 이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아, 올해로 서른 여덟이네요.”
서른 여덟의 남자. 나이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네? 말도 안돼.. 나 지금까지 많으면 서른 중반으로 보고 있었어요. 우석씨, 아니 오빠 죄송합니다.”
그녀의 가벼운 목례에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 여자는 뭐랄까, 정말로 빠르게 틀린 것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쪽은 어떻게 되세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손가락을 쭉 피며 입을 열었다.
“스물 일곱이요. 에잉, 손가락으로 표현 안되는 나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동지네요 손가락으로 표현 안되는 나이!”
기묘하게 스물 다섯으로 보이는 일곱 개의 손가락을 보며 나는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1. "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하하"

2. “동지네요. 손발 다 동원해도 안세어지는 나이.”
3. “그러게요. 둘다 늙었네요.”

                                                                    

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어 주실분은 이곳을 참고 해주시고 이어주시면 글을 잇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이어주실분은 부담없이 글을 이어주세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부터 선택지를 선택하여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2. 고등학교 이야기-> 1. 아쉽다. -> 2. 가벼운 찰과상 -> 3. 별거 아니겠지. 잊어버리자.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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