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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 감정의 나열

인스턴트 음식

RomanticPanic 2017.10.19 06:28

비오는 거리에, 잠시 눈을 감는다. 빗방울이 닿지 않는 이곳과 비만이 가득한 세상. 비는 이성과 감성을 단절시켜 놓는다.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오듯, 비는 강제성을 띄며 이성과 감성을 분리시켜버린다.

보슬보슬 내리는 차가운 비와 따듯한 옷 사이에선 감성을 만들어내었고, 감성은 이성으로 단단해진 몸을 연약한 피부의 모습 그대로로 내비추어 버렸다. 비오는 날의 상처를 보통 때보다 더욱더 깊이 패이며, 그 살점에 맺힌 피 한 방울 한 방울까지도 온몸으로써 느끼게 해준다. 상처를 헤집고 다니는 비릿한 웃음이 공기 중을 떠다니고, 이내 젖었던 감성은 묵직한 두려움으로 모습을 뒤바꾼다. 저릿한 팔과 비릿한 피내음이 공기 중을 떠돌고, 답답한 듯 촉촉한 공기가 폐부를 찔러온다.

사랑을 하면 더 잘 느낄줄 알았던 따스한 감정은 그저 한낱의 욕망덩어리로 보이기만하고, 혼자였던 자신의 모습이 그리워 스스로의 시간을 갖게 한다. 옛날 같이 감정의 여운을 느끼던 시대가 아닌, 전파를 타고 바로 직접적으로 매시간 오는 직접적인 감정들. 사랑은 여운이 사라지고, 우리는 유리를 괴롭히는 별거없는 딱따구리로 변해 매 시간마다 액정을 두들기기만 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은 간단한 기계하나로 잊어버리게 만들었고, 아날로그적 감성은 그저 말그대로 모양새만이 남게 되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날로그는 점점 잊혀지고 사람들은 빠르고 간편한, 과거의 숙성된 기술이 아닌 인스턴스적인 기술만을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의 순리를 처음부터 배우며 느낀 숙성된 사람들이 줄며 세상은 둔해지기 시작했고, 그들만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천천히 그것들을 바라보아왔으니까. 하지만 바보같이 우리는 그들을 꿈꾸며, 그들이 되고자 속성으로 그들의 숙성같은 인스턴트를 배우고 인스턴트에 맛을 들인다. 결국에 뼈대는 만져볼 수 있었지만,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입맛은 숙성된 맛을 거부하게 되어버렸다.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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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은 힘들다.

마음과 몸이 비내음에 젖어 재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싶던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싶었던 몸도... 어느새 그냥, 담배 한 개피를 찾게 된다.

그냥 자리에 누워 비내음을 맡고는 모호한 담배 연기 속에 나를 가둔다.

작은 불빛. 빗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나의 시선을 이끈다.

'뭘까? 뭔데 이 빗속에서 빛나는 거지?'

나는 젖은 몸을 이끌고 밖을 내다본다.


작은 불빛.


그 하나가 조심스래 깜박이고 있다.

슬피우는 빗방울을 후드득 후드득 맞으며 .

점점 그 주기는 짧아져간다.

안타깝다. 가서 껴안아주고만 싶다. 비에 젖어 춥게 떨고 있는 작은 불빛.


잡고 싶다.


노란 우비의 꼬마가 종종 뛰어간다. 웅덩이를 넘고, 다리를 넘고, 차를 넘어....

흐릿한 회색에 젖은 세상 속에서 꼬마는 주인공인것만 같다.

비는 거세고 천둥은 가끔씩 자신의 존재를 들어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들리는 소녀의 곡조는...



세상을 비참하게 만든다.





세상을/
 /
/울고 싶다. 너도, 나도, 그도, 그녀도....

소녀의 곡조는 계속 이어진다. 짧은 피아노 소리와 함께...

노래에는 가사가 없다. 그냥 아무 뜻 없는 맑은 /빗방울/ 같이 슬픈 비명이 이 허공에 존재할 뿐이다.

 

 

 

200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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