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아, 그럼 오빠도 서른 다섯인가요?”
“아니요, 그러기엔 제가 너무 늙었어요.”
“히히, 그럼 스물 다섯하죠!”
그녀의 붙임성은 정말로 좋았다. 같이 진료실에 들어간 순간에도, 연락처를 서로 교환한 순간에도, 마치 그녀는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편한 친구사이처럼 나를 대해주었다. 물론 해어지기 전, 정중한 사과 전까지 그녀는 사고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했으며,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의사는 몸에 이상은 딱히 없지만, 갑자기 사고를 당한 다음날이나 며칠 사이에 긴장이 풀려 몸 어딘가가 아파올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로써는 큰 이상이 없지만, 통증이 찾아오면 꼭 방문해서 정밀검사를 다시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 말은 들은 그녀는 무조건 검사라는 검사는 다 받는 게 좋다면서, 다음날 정밀 검진을 예약하자고 했지만, 오늘 찍은 X-ray로도 충분하다고 느낀 건지, 나는 그저 웃으며 아프면, 내가 아프면 그때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꼭 쥐고는
‘앞으로 3년 동안은 아프면 다 내 책임이니까, 아프면 꼭 연락해요.’
라며 비장한 각오를 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재미있었다. 솔직히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이 들뜬 마음을 사고 때문인가 하고 잠재우려고 했지만, 아니었다. 그저 노랗고 통통 튀는 그녀가 편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가늘어진 빗줄기를 바라보며, 이상하게도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을 맞이했다. 친구 녀석들의 추억과, 눅눅한 공기사이로 울리는 가슴 뜨거운 무언가가 어둠 속 불빛들에 녹아있었다. 뭐랄까, 이런 날은 사람을 낭만적으로 만들어 놓는 기묘한 마력 흐르는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음악은 더욱더 심금을 자극하고, 촉촉한 밤의 공기는 내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내 보잘 것 없는 몸뚱이라는 이내, 향을 피운 것처럼 내 주변을 감쌌다. 정말로 노란색의 밝은 물결이 내 주변을 조금씩 맴도는 것 같기도 했다.
핸드폰을 잠시 들어 본 그녀의 번호가 나의 입가를 조금씩 땡겼다.
그 순간, 조그마한 울음소리와 함께 문자가 날라왔다.



 

 



문자를 받고 나니 가슴이 따듯해졌다.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행복함. 그 행복감은 무미건조한 나날들 속에서 잠시 내린 봄비 같았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하나 더 만났다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삶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갖는 경계심이란, 삶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하기도 했다. 언제나 업무, 직급, 나이, 경력, 능력... 그러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 내는 경계와 그 불명확하면서도 명확한 차이는 우리의 삶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기도 했었다.

나는 지쳐있었다. 물론 옛날에는 그 벽을 넘어 가려는 노력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 벽 넘어에 있는 사람이 나와도 같은 생각으로 벽을 넘어왔는지, 혹은 정말로 벽은 넘어 있는 것인지 그저 겉으로만 벽을 넘은 척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넘은 그 자가 따듯한 사람이었는지. 그런 것들을 감내하며, 조금씩 용기를 내며 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겪으며, 이게 과연 올바른 인간관계의 모습인가에 대해서 많은 회의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끝끝내 누군가를 경계하고, 끝끝내 누군가에게 상처만 입는 그런 인간관계. 그렇게 만들어진 스스로의 지침 속에서 다시 업무적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이란, 원래의 직장인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에 대해서 자문하기도 했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과 사의 구분이란 사실상, 겉으로 포장된 좋은 합리화의 예가 아닐 수 없었다. 서로의 평등함을 이야기하는 것. 업무와 사적인 관계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람마다 다른 공과 사의 경계.
그래서 내가 지금에서야, 편한 사람으로써 그들에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사 같은 공을 연기하며, 스스로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 아무도 들여놓지 않은 체로. 그래서 항상 웃으며 일을 했지만, 언제나 나는 자연스래 스스로를 숨겼다.
그런 도중, 그녀를 만났다. 아무런 연고없이, 그저 마음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 오래간만에 찾아온 누군가와의 편함이, 그저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주었다.





행복하게 잠에 젖어들어서인가, 아침은 너무나도 개운했다.
거리에는 물에 젖은 낙엽들이 어지러이 녹아있었다. 차를 찾으러 카페까지 가는 길은, 길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들과 붉은 단풍잎들만큼 많은 수의 학생들이 등굣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잘 자라고 있구나. 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 사이로 나의 젊음을 떠올리기엔 무리가 없었다.
“아저씨!”
그 사이로 익숙하고도, 귀여운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어제 차 두고 갔죠!”
카페의 아가씨였다.
“응, 이제 학교가니?”
“네!”
늦은 저녁까지 일해서 지칠만도 한데, 이 아가씨는 언제나 힘이 넘친다.
“학교가서 재밌게 지내고, 조심히 다녀, 덜렁대지 말고.”
“에이, 아저씨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인줄 아나봐~”


                                                     

 

1. 아직도 꼬맹이지 뭐.
2. 늙어서도 항상 조심해야 돼.

                                                     

이야기의 시작-> 2. -> 1.  -> 2.  -> 3. -> 1. "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하하."

                                                     

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릴레이 소설의 일종입니다.)
이어 주실분은 이곳을 참고 해주시고 이어주시면 글을 이어가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이어주실분은 부담없이 글을 이어주세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 보시면 됩니다. 이곳에서부터 선택지를 선택하여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2014.12.29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풋풋한 꼬맹이  (0) 2017.10.19
[하이퍼텍스트 소설]가을 바람 속 선택문항  (0) 2017.10.19
[하이퍼텍스트 소설]스물 다섯.  (1) 2017.10.19
메론빵  (0) 2017.10.19
소녀의 아이디어.  (2) 2017.10.19
김나래  (1) 2017.10.19
댓글